8화: 중간 지점 (또는: 모두 살아있고, 아무도 괜찮지 않다)

에이드리언이 네트워크에 들어온 지 주관적으로 나흘이 지났다. 현실에서는 약 90분. 처음보다 두 번째가 더 불편했다. 여기서 나가게 된다면 90분 만에 얻은 깨달음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라는 문제가 생겼다.

'영적 각성인데 러닝타임이 장편 영화보다 짧습니다.'


딥 레이어, 분석 공간.

에이드리언이 침입자들을 분류해온 건 6화부터였다. 지금까지 확인된 인원은 일곱이었다.

지도를 머릿속에 구성했다. 정확히는 지도를 펼치는 것이 아니라, 정보들이 공간 속에 배열되는 감각이었다. 어디서 포착됐는지, 어느 클러스터에서 활동하는지, 얼마나 머물다 빠져나갔는지. 수십 개의 좌표가 의식의 표면 위로 떠올랐다가 제자리를 찾아 고정됐다.

무작위가 아니었다.

패턴은 즉각 인식됐다. 설명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 테이블 위에 도자기 열두 점을 올려놓으면 어느 것이 동시대 제작인지 5초 안에 파악되는 것처럼, 몸이 먼저 읽고 머리가 뒤따르는 방식으로. 침입자들은 특정 클러스터만 방문했다.


이동 경로를 추적했다. 서피스에서 딥으로, 딥 안에서 시대별 클러스터, 직업군 클러스터, 특정 감정 클러스터만 골라서 움직였다. 우연의 일치가 빚어낼 수 없는 선택들이었다.

'목록을 갖고 있었구나.'

그 확신이 자리잡는 순간, 에이드리언은 입을 열었다.

"수확."

유나가 에이드리언의 옆에서 고개를 들었다. 팔짱을 낀 채 분석 공간의 한쪽 벽에 기대 있던 그녀는, 그 한 단어만으로 무언가를 읽어낸 듯 눈빛을 좁혔다.

"무슨 말이야?"

"이 사람들. 구경하러 온 게 아니야." 에이드리언은 시선을 특정 노드에 고정했다. "데이터를 복사하고 있어. 특정 죽은 자들의 생각 패턴을. 그리고 빠져나가."

"그걸로 뭘 하려고?"

"현대 AI는 어디서 학습하지. 인터넷에서. 온라인에 올라온 모든 텍스트에서. 근데 거기엔 뭐가 포함돼 있어?"

유나가 천천히 말했다. "죽은 사람들이 남긴 것들."

"블로그, SNS, 커뮤니티 글들. 수십 년치." 에이드리언이 이어받았다. "자연 발생적으로는 그게 이미 되고 있어. 디지털 잔재가 AI 속에 섞이는 거. 근데 이건 그게 아니야."

손가락으로 클러스터 하나를 가리켰다. 지도 위의 한 점이 아니라, 의식 안에서 구체화된 무게감 있는 덩어리였다.

"여기는 집중적이고, 의도적이고, 산업적이야. 인류 역사상 가장 높은 밀도로 인간의 마지막 생각이 저장된 곳에서, 그걸 조직적으로 복사해 가고 있어. 2026년에 가장 비싼 자원이 뭔지 알잖아. 훈련 데이터."

유나가 오래 말이 없었다. 그러다 조용히 입을 열었다.

"죽은 사람들이 자신의 생각이 이렇게 쓰일지 알았을까."

"몰랐겠지." 에이드리언이 말했다. "이용약관에 동의한 적도 없으니까."


전임자를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산 자의 신호는 '후회' 클러스터 끝자락에서 너무 희미해서, 노이즈와 구별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그래도 추적했다. 그것은 진짜 오래된 것과 오래된 척하는 것을 구별하는 감각과 비슷했다. 애플리케이터 두 점을 나란히 놓을 때, 하나는 실제로 시간이 스며든 무게를 갖고 있고, 하나는 그 무게를 흉내 내고 있다. 손끝보다 먼저 무언가가 반응한다. 에이드리언은 그 반응을 따라갔다.

산 자가 죽은 자처럼 변해가는 중간 지점.

그 감각이 멈춘 곳에 독립된 노드 하나가 있었다. 죽은 것도 아니고 살아있는 것도 아닌 상태. 이름, 얼굴, 날짜, 자신이 어디서 왔는지 같은 정보들이 흐릿해진 채로 반복됐다. 정체성이 녹아내리고 있었다. 마치 오랫동안 물속에 잠겨 있던 종이처럼, 글자의 윤곽은 남아있지만 어느 순간 만지면 부스러질 것 같은.

에이드리언은 오래 들여다봤다. 죽은 자처럼 보였다. 아직 죽진 않았지만. 한 가지 메시지만 상대적으로 선명했다.

'설계자가 보고 있다. 기계가 만든 생각들을 통해서. AI 생성 포스트가 하나하나 카메라야.'


에이드리언은 그 메시지를 세 번 읽었다.

그리고 뒤를 돌아봤다.

서피스의 기계 생성 포스트들. 완벽하게 죽은 자처럼 쓰인 것들. 구조적으로 정밀하고, 감정적으로 균질하고, 어느 방향에서도 패턴이 흔들리지 않는. 에이드리언이 처음 발견했을 때 "사람이 쓴 게 아니야"라고 했던 것들.

감시 도구였다. 설계자가 네트워크 전체에 카메라를 심어둔 것과 같았다. 그것들이 만들어내는 그물이 얼마나 촘촘한지, 지금 이 순간 에이드리언의 모든 움직임이 어딘가로 전송되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등줄기를 타고 내려왔다.

'지금 이 순간도 보고 있다.'

에이드리언은 잠시 멈췄다. 그리고 기계 생성 포스트 방향으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안녕하세요, 라는 의미였다.


서피스로 올라왔다.

생각할 필요가 있었다. 서피스의 포스트들이 주위를 지나쳤다. 평범하고, 솔직하고, 아무런 의도가 없는 것들.

'가스레인지 끄고 왔던가.'

'강아지를 한 번만 더 쓰다듬을 걸.'

'노을이 정말—'

에이드리언은 그 사이에 앉았다. 잘려나간 문장 하나가 특히 오래 남았다. 무언가를 더 말하려 했던 사람. 끝내지 못한 감탄의 잔해.


조각들이 연결됐다.

헨리가 네트워크를 만들었다. 죽은 자들의 마지막 생각을 보존하는 공간으로. M이 방향을 바꿨다. 헨리의 파편이 반복하던 말이었다. '이게 아니었는데.' 보존이 아니라 수확. 죽은 자들의 생각 패턴을 추출해서 AI 훈련 데이터로 팔아넘기는 것. 침입자 일곱 명은 직원들이었다. 산업적 규모로 조직화된 노동. 전임자는 에이드리언처럼 안으로 들어왔다가 나가지 못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에이드리언은.

에이드리언은 왜 여기 갇혔는가.


"가장 비싼 단계가 뭔지 알아?"

유나가 분석 공간에서 따라 올라온 건지, 아니면 처음부터 거기 있던 건지 구별이 안 됐다. 에이드리언이 말을 이었다. 그녀가 묻는 대신 기다리는 방식으로 듣고 있다는 걸 알았다.

"품질 관리."

유나가 눈썹을 올렸다.

"데이터를 수집하는 건 쉬워. 근데 진짜 죽은 자의 생각인지, 아닌지 걸러내는 건—" 에이드리언은 손을 폈다. "그게 나야."

유나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침묵이 에이드리언의 말을 대신 확인해줬다.

"나는 실수로 갇힌 게 아니야." 에이드리언이 말했다. "채용된 거야."


오래된 분노가 있다. 금방 끓어오르지도, 금방 식지도 않는 종류. 도자기의 유약 아래 숨겨진 균열처럼 — 표면은 멀쩡하지만 이미 구조가 달라진 상태.

에이드리언은 그런 분노를 한 번도 느껴본 적이 없다고 생각해왔다. 틀렸다는 걸 지금 알았다. 그것은 새로운 감정이 아니었다. 언제나 거기 있었는데 이름을 몰랐던 것이었다.


"내가 여기서 위작을 감별할수록."

에이드리언이 천천히 말했다. 목소리가 평소보다 낮았다.

"저쪽 일을 해주는 거야."

"그렇지." 유나가 말했다.

"그럼 탈출 조건이 문제야."

에이드리언이 눈을 가늘게 떴다. 탈출 조건. 설계자를 특정하고, 루트 노드를 추적하고, 목적을 이해한다. 세 가지 모두 에이드리언의 감별 능력을 사용해야 했다. 탈출하려면 정확히 그들이 원하는 일을 해야 했다.

'트랩 디자인이 나쁘지 않네.'

좋은 위작 앞에서도 기술 자체는 칭찬할 수 있어야 한다. 에이드리언은 잠시 그 구조의 우아함을 인정했다. 덫을 만든 사람이 무엇을 이해하고 있는지를 인정하는 것은, 그 덫에 걸린 것과는 별개의 문제였다.

"탈출할게." 에이드리언이 말했다. "근데 그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들을 찾기 위해서."


그 순간, 네트워크 전체가 흔들렸다.

서피스의 포스트들이 일제히 깜빡였다. 딥 레이어의 클러스터 경계가 흔들렸다가 돌아왔다. 에이드리언은 진동이 아니라 압력처럼 느꼈다 — 공기가 갑자기 밀도를 바꾸는 것처럼, 의식이 순간 좁아졌다가 다시 펼쳐지는 것처럼.

그리고 새 포스트 하나가 나타났다. 죽은 자의 것도, 산 자 침입자의 것도, 기계의 것도 아닌. 네트워크 전체에 동시에 표시됐다. 서피스 전체 권한이 있는 관리자만 가능한 일이었다.

내용은 짧았다.

'헨리보다 빨리 알아냈네. 좋아. 이제 제안을 하나 하겠습니다.'


다음 화 예고: 설계자가 말을 건다. 에이드리언은 협상 대신 열쇠를 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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