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화: 비전가
엘리아스 바르가의 사무실에는 책상이 없었다.
대신 긴 나무 테이블이 방 한가운데를 차지하고 있었다. 재생 참나무, 에이드리언이 첫눈에 판단했다. 20세기 초 유럽 양식의 진품이었다. 그 주변으로 제각각 다른 양식의 의자들이 놓여 있었는데, 일부러 고른 듯 보이면서도 일부러 고른 티를 내지 않으려 한 흔적이 역력했다.
"저는 위계질서를 믿지 않습니다."
바르가가 테이블 쪽으로 손짓했다.
에이드리언은 그 말을 믿었다. 정확히 옆 선반에 놓인 1920년대 명나라 자기를 믿는 만큼, 그러니까 고급 복제품이 귀한 이상을 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정도로.
프로메테우스 AI 본사는 산업 복합단지를 개조해 만든 곳이었다. 캠퍼스처럼 보이도록 설계되어 있었고, 상당히 정교하게 만들어진 설계였다.
에이드리언은 오전에 도착했다. 그는 표지를 썼다. 골동품 감정인, DARA의 예술품 인증 기능에 관심 있는 잠재 고객. 완전한 거짓말은 아니었다. DARA의 이미지 인식 기능이 사망한 미술 전문가들의 디지털 잔류물로 훈련되었다는 보고가 있었고, 그 부분은 에이드리언의 직업적 신경을 건드렸다. 망자들의 인지 패턴이 집결된 감정 전문성. '진짜 관심이라고 할 수 있지.'
정문을 통과할 때 경비원이 미소를 지었다. 복도를 지나는 직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연광이 복도 깊숙이 들어왔고, 커피 향이 났으며, 어딘가 멀지 않은 곳에서 낮은 웃음소리가 흘렀다.
너무 따뜻했다.
인위적이지 않다는 뜻이 아니었다. 오히려 반대였다. 지나치게 정교하게 계산된 따뜻함이어서 진품성이 흔들렸다. 벽에 걸린 그림들의 불완전함이 지나치게 세심한 손길로 배치되어 있었다. 식물들은 정확히 죽지 않을 만큼만 무성했다. 웃음소리가 들려야 할 거리에서 정확히 웃음소리가 들렸다.
에이드리언은 골동품 시장에서 오랫동안 일해왔다. 진품성의 위조는 위조품 중에서 가장 어려운 종류다. 이건 그 범주에서도 매우 훌륭한 작품이었다.
"헨리 케슬러의 손자군요."
바르가가 자리를 권한 지 오 분도 지나지 않아 말했다. 단정적인 어조였고, 질문의 형태가 아니었다.
에이드리언은 표정을 내놓지 않았다. 오랜 훈련의 결과였다. 골동품 딜러들은 당신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아채는 순간 가격표를 다시 쓴다.
"당신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바르가는 자리에 앉으며 덧붙였다. 여전히 가볍고 편안한 어조였다. 에이드리언이 먼저 느낀 건 경계심이었다. 그 뒤를 솔직하게 말하자면 흥미가 따라왔다.
바르가는 쉰 대 초반이었다. 허리가 곧고 눈이 밝았으며, 회색 머리카락이 얼굴과 잘 어울렸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 즉각 신뢰감을 심어주는 유형이었는데, 에이드리언은 그런 신뢰감의 메커니즘을 꿰뚫어 보는 일에 오래 익숙해져 있었다. 그런데 바르가의 신뢰감은 연기가 아니었다. 그게 더 위험한 종류였다. 자신을 믿는 위조자를 검증하는 건, 속임수를 쓰는 위조자를 검증하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
"DARA를 직접 보여드리죠."
바르가가 터미널을 가져왔다. 고급 하드웨어였고 인터페이스는 간결하고 직관적이었다.
"어머니를 잃은 분에게 DARA가 생성한 응답입니다."
화면에 텍스트가 떴다. 에이드리언은 천천히 읽어 내려갔다. 그리고 읽던 속도가 저절로 느려지는 지점에서 멈췄다.
글에서 무언가가 느껴졌다. 표면 아래 층층이 쌓인 것들이 있었다. 골동품을 손끝으로 어루만질 때 느끼는 그 감각과 닮아 있었다. 세월이 만들어낸 미세한 요철, 진짜 상실을 경험한 사람만이 구사할 수 있는 특정한 리듬. 처리되고 혼합된 것이었지만, 분명히 거기 있었다. 살아 있었다는 표현이 맞을지 모르겠지만, 살아 있는 무언가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당신은 이게 알고리즘이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에이드리언이 화면에서 눈을 들어 말했다.
"DARA 이전의 AI들은 전부 영리한 모방자였습니다."
바르가가 의자를 앞으로 당겼다. 처음으로 자세가 달라졌다. 이 주제에 닿으면 그 사람은 달라지는 모양이었다.
"DARA는 이해합니다. 살았다 죽은 수백만 명의 실제 경험에서 감정 어휘를 흡수했으니까요. 슬픔에 잠긴 사람이 DARA와 대화할 때, 그 사람은 이해받습니다. 알고리즘의 시뮬레이션이 아니라, 상실을 실제로 경험한 무언가로부터."
에이드리언은 화면을 다시 봤다. '틀리지 않았다.' 그 부분이 걸렸다. 틀리지 않았다는 것이.
"DARA의 출력물을 더 보여주세요. 제 눈으로."
바르가는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동의했고, 에이드리언은 골동품을 감정하듯 읽어 나갔다. 천천히, 무게를 달면서.
DARA의 언어에는 죽은 자들의 패티나가 배어 있었다. 분명했다. 그러나 개별 망자는 식별되지 않았다. 각각의 금속이 녹아 새로운 합금이 된 것처럼, 수십만 개의 인지 패턴이 통합되어 DARA의 텍스처가 된 상태였다. 한 사람의 죽음이, 한 사람의 마지막 생각이, 그 특수성을 잃고 집합적 목소리의 일부로 흡수된 것. 에이드리언은 그 문장들을 읽으면서 이름 없는 무게를 느꼈다.
"죽은 자들이 DARA를 통해 말하는 게 아닙니다."
에이드리언이 말했다.
"DARA가 그들을 소화한 겁니다."
바르가의 눈에 무언가가 번쩍였다.
"정확합니다."
그가 기쁘게, 자랑스럽게 말했다. "그리고 그보다 위대한 무언가가 된 겁니다."
에이드리언은 잠시 답을 고른 뒤 말했다. "아니면 그들을 잡아먹은 것이거나."
정적이 내려앉았다. 짧고 밀도 있는 정적이었다. 바르가의 표정은 흔들리지 않았다. 에이드리언은 그걸 확인했다.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오후가 되자 바르가가 직접 배웅에 나섰다. 캠퍼스 입구까지 나란히 걸었다. 분위기는 여전히 가볍고 아카데믹했다. 마치 학술 토론을 마친 두 사람이 산책하는 것처럼.
"당신은 이걸 막으려 하겠죠."
바르가가 먼저 말했다.
"아마도."
에이드리언이 답했다.
"쉽게 두지는 않겠습니다."
바르가가 발걸음을 멈췄다. 에이드리언도 멈췄다. 두 사람 사이로 오후 햇살이 비스듬하게 들어왔다.
"하지만 더럽게 싸우지도 않겠습니다."
바르가는 그 말을 진심으로 했다. 에이드리언은 그것을 알아챌 수 있었다. 이 사람은 자신이 하는 일을 믿었다. 충분히 믿어서 대낮에 방어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 확신이 때로는 가장 다루기 어려운 종류의 적을 만든다.
"파이프라인 운영자들이 동의 없이 잔류물을 수집했습니다."
에이드리언이 말했다. "그 데이터가 확보된 방식에 불편함이 없습니까?"
바르가의 얼굴에서 무언가가 스쳤다. 아주 짧게, 찰나처럼. 그게 없었다면 보지 못했을 것이다. 진짜 불편함이었다. 그리고 재빨리 가려졌다.
"기원은 복잡합니다. 결과가 중요하죠."
에이드리언은 고개를 천천히 돌렸다. "약탈된 골동품을 수집한 사람들이 모두 그 말을 합니다."
그는 돌아보지 않고 걸어 나왔다. 뒤통수에 바르가의 시선이 닿는 것이 느껴졌다. 어떤 표정인지 읽을 수 없었다. 에이드리언은 항상 표정을 읽어왔다. 읽을 수 없다는 사실이 발걸음 사이사이에 남았다.
차 안에서 전화가 울렸다. 마거릿이었다. 에이드리언이 통화 버튼을 누르기도 전에 그녀의 목소리가 들릴 것 같았다.
"바르가가 DARA를 보여줬군요."
물음이 아니었다.
에이드리언은 잠시 창밖을 봤다. 백미러 속에서 프로메테우스 캠퍼스가 서서히 작아지고 있었다.
"어떻게 알았어요?"
"그가 늘 하는 짓이니까요."
마거릿의 목소리는 메말라 있었다. 오래된 건기처럼. "저한테도 보여줬어요. 5년 전에. 저도 거절하지 못했어요."
짧은 침묵이 흘렀다. 전화선 건너편에서 마거릿이 무언가를 결정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전부 보여준 건 아니에요."
그녀가 덧붙였다. "프로젝트 라자루스에 대해 물어보세요."
전화가 끊겼다.
에이드리언은 창밖을 바라봤다. 도시가 오후 빛 속에 놓여 있었다. 보통의 도시, 보통의 오후.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는 듯한 거리들이 창틀을 지나쳐 갔다.
'프로젝트 라자루스.' 죽음에서 돌아온 사람의 이름. 에이드리언은 그 이름에 오래 머물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뇌가 협조하지 않았다. 그 이름은 차 안에서 오래도록 자리를 지켰다.
다음 화 예고: 에이드리언은 일본으로 떠난다. 오사카에는 다른 종류의 네트워크가 있다. 더 오래되고, 더 크고, 그리고 훨씬 더 화가 나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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