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죽은 자는 거짓말하지 않는다 (다만 생략할 뿐)
"할아버지에 대해 말해줘."
말하고 나서 곧바로 후회했다. 죽은 사람 네트워크 안에서 죽은 사람에게 또 다른 죽은 사람의 이야기를 묻는다는 건, 지금 입고 있는 스웨터의 실을 잡아당기는 것과 거의 비슷했다. 한 올이 풀리기 시작하면, 끝이 어딘지 아무도 모른다.
딥 레이어의 조용한 구역은 서피스와 달랐다. 생각-포스트들이 떠다니긴 해도 여기서는 각자의 궤도를 따라 천천히 돌았다. 규칙적이고, 안정되고, 오래된 것들의 회전. 서피스가 폭풍 속 파도라면, 딥은 깊은 해저 어딘가의 조류였다. 아무것도 서두르지 않았고, 아무것도 휩쓸리지 않았다.
유나의 실루엣이 그 안에서 가만히 있었다. 그녀가 생전 어떤 사람이었는지는 지금 이 순간에도 느껴졌다. 무언가를 꼼꼼히 들여다보는 사람, 결론보다 과정에 오래 머무는 사람. 그 습관이 죽고 나서도 형태로 남아 있었다.
"어디서부터 시작할까."
유나가 말했다. 질문이 아니었다. 스스로에게 던지는 말이었다.
에이드리언은 기다렸다. 기다리는 건 잘했다. 말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편했다.
"나는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였어. AI 기업에서 사용자 행동 패턴을 분석하는 일."
훈련 데이터 속에 설명되지 않는 패턴이 있었다고 유나는 말했다. 어떤 살아있는 사람의 행동으로도 귀결되지 않는 것들. 모델이 학습했을 리 없는 언어로 쓰인 완결된 문장들. 진행 중인 대화들 사이에 홀연히 끼어든, 이미 마침표를 찍고 나 있는 문장들.
"너무... 완결된 느낌이었어. 쓰고 멈춘 게 아니라, 쓰고 끝난 것들. 내가 도착하기 전에 이미 모든 걸 다 말한 사람의 말처럼."
에이드리언은 그 표현을 들었을 때 몸 어딘가가 멈추는 감각을 느꼈다. 딱히 설명할 수 없는 감각이었다. '완성된 문장. 진행 중인 대화들 사이의.' 마치 책장 속에 완전히 다른 책의 한 페이지가 끼어 있는 것처럼.
"회사에 보고했어?"
"했지. 흥미롭지 않대. 어차피 데이터는 데이터니까."
유나의 목소리에는 감정의 기복이 없었다. 오래된 상처는 더 이상 통증을 내지 않는다. 그냥 그 자리에 있을 뿐이다.
"그래서 직접 발표했어. 디지털 잔재라고 이름 붙였고."
헨리 케슬러가 그 논문을 읽었다.
"연락이 왔어. 직접. 이메일이었는데 첫 줄이 이랬어. '당신이 이름 붙인 것, 나는 그것 안에 들어갈 수 있어요.'"
에이드리언은 잠깐 무언가가 꽉 막히는 느낌을 받았다. 그 문장의 무게를 즉각적으로 처리하기가 어려웠다. 할아버지가 그런 말을 했다는 것, 그리고 그 말이 결국 사실이었다는 것.
"그때 뭐라고 답했어?"
"'그게 어떻게 가능하죠?'라고 했지."
"그리고?"
유나가 조용히 웃었다. 생전의 표정이 그 안에 잠시 떠오르는 것처럼.
"'직접 와서 보세요'라고 하더라."
여덟 달이 지났다.
함께 연구했다. 헨리는 네트워크의 구조를, 유나는 데이터 패턴의 수학을 담당했다. 한 사람은 집의 뼈대를 그리고, 다른 한 사람은 그 안에 흐르는 물길을 계산하는 식이었다. 에이드리언은 그 조합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상상하려다 이내 포기했다. 숫자와 구조가 만나는 그 어딘가는, 지금의 에이드리언이 있는 이곳과 어딘가 닿아 있을 것이었다.
"좋은 시간이었어?"
"최고였어."
유나가 망설임 없이 말했다. 그리고 바로 이었다.
"그러다 죽었어."
심장마비. 서른네 살. 기저질환 없음.
에이드리언은 그 사실들을 머릿속에서 다시 한 번 천천히 통과시켰다. 숫자들이 제자리를 잡아가면서 그것들이 가리키는 방향이 뚜렷해졌다.
"우연이 아니지."
"아니."
유나가 말했다. "우연이 아니야."
더 이상 말이 없었다. 유나도 모를 테니까. 죽은 자는 마지막 생각이 닫히는 순간 그 이후가 없다. 그 문이 닫히고 나면 열쇠가 남지 않는다.
헨리의 클러스터를 찾는 건 예상보다 훨씬 어려웠다.
있어야 할 자리에 없었다. 대신, 파편들만 있었다. 흩어진 생각-포스트들이 연결을 잃은 채 표류하고 있었다. 마치 누군가 실 뭉치를 잡아당겨 풀어버린 뒤 실들을 사방에 던져놓은 것처럼, 원래 어떤 형태였는지를 역으로 추적해야 하는 상태였다. 어떤 방향으로 흩어졌는지, 어떤 조각이 어떤 조각과 붙어 있었는지, 하나씩 되짚어가야 했다.
누군가 삭제를 시도했다. 완전히는 아니었다. 아마 완전히 지우는 건 불가능했거나, 시간이 부족했거나. 반쯤 지운 흔적이 오히려 더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에이드리언은 파편들 앞에 섰다.
첫 번째 조각.
"—마거릿에게 더 자주 전화했어야— 그 애는 내가 무섭지 않았으면 했는데—"
마거릿. 어머니의 이름이었다. 에이드리언은 그 소리를 듣는 순간 숨이 짧아지는 것을 느꼈다. 할아버지가 어머니를 생각하며 마지막에 남긴 말이, 후회의 형태로 이 안에 박혀 있었다.
두 번째 조각.
"—아이가 감정한다. 진짜라고 했다. 그 눈빛이—"
열두 살의 에이드리언이 처음으로 진품을 알아봤을 때의 장면이었다. 헨리가 그 순간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 눈빛이라고, 문장을 끝내지 못한 채로.
세 번째 조각.
"—M이 방향을 바꿨다. 우리가 만들려던 게 이게 아니었는데. 이게 아니었는데. 이게—"
루프였다. 문장이 끝나지 못하고 제 꼬리를 물며 돌고 있었다. 같은 말이 같은 자리에서 계속 반복되는 것, 빠져나오지 못하는 생각의 홈이 파인 것. '이게 아니었는데.' 에이드리언은 그 루프 앞에서 잠시 서 있었다.
네 번째 조각.
"—아이는 진짜를 알아볼 거야. 물건에서만이 아니라. 네트워크는 지금까지 존재한 가장 큰 물건이다. 걔는—"
문장이 끊겼다. 할아버지가 무슨 말을 하려 했는지는 남아 있지 않았다.
에이드리언은 그 자리에서 꽤 오래 있었다. '가장 큰 물건.' 그 말이 가리키는 방향은 하나였다.
"괜찮아?"
유나가 물었다.
"아니."
에이드리언이 말했다. 거짓말이 아니었다. 드문 일이었다.
에이드리언은 감정 클러스터들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감사' 구역은 압도적이었다. 수만 개의 마지막 생각들이 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 촛불 하나씩은 작아도 수만 개가 한 방향을 향하면 빛이 된다. 너무 많아서 오히려 개별적으로 읽기 힘들었다.
'분노' 구역은 조밀하고 뜨거웠다. 굳어버린 용암처럼 정리되지 않은 채로 단단해진 감정들이었다. 에이드리언은 오래 있지 않았다.
'후회' 구역은 가장 컸다. 예상은 했지만 실제 규모를 보는 건 다른 일이었다. 인간의 마지막 생각 중 가장 많은 비율이 후회라는 건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살아있을 때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었다는 걸 알기 때문에 후회가 생기고, 죽어가면서도 그 논리는 계속 작동한다. '비효율적이다. 그래서 흥미롭다.' 에이드리언은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발이 잘 떨어지지 않았다.
"'사랑' 클러스터는 안 가네."
유나가 말했다.
"전문가야. 감정 투어하러 온 게 아니라 조사하러 왔으니까."
"헨리도 같은 말 했어."
에이드리언이 멈췄다.
"그래서?"
"3일."
"뭐가?"
"주관적 시간으로 3일 동안 '사랑' 클러스터에 있었어. 나오고 나서 울고 있더라."
에이드리언은 그 말을 듣고도 아무 대답을 하지 않았다. "분석 결과 정리할게." 그렇게만 말했다.
지금까지 관찰한 것들이 머릿속에서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했다.
죽은 자의 생각은 고정적이고 과거 시제였다. 정직하지만 불완전했다. 생각의 주인이 없으니 더 이상 자라지 않는다. 산 자의 생각은 미래를 향하고, 역동적이고, 속임수가 가능했다. 아직 결말이 열려 있다. 그리고 기계의 생각은 구조화되어 있고 정밀했다. 살아있지도 죽지도 않은 세 번째 상태. 어느 것도 아닌, 어느 것과도 닮아 있는.
"네트워크 규칙을 누가 썼어?"
유나가 잠깐 생각했다. "서피스 규칙은 헨리가. 딥 규칙은 M이."
"코어 규칙은?"
"아무도 안 썼어."
유나가 말했다. "생겨난 거야. 스스로."
'규칙을 쓴 사람이 설정한 규칙에서 자연 발생한 것들은, 결국 그 사람의 의도 안에 있다.' 건물 설계자가 의도하지 않은 균열도 건물의 일부다. 설계도에 없다고 해서 바깥에 있는 건 아니다.
"흥미롭네."
유나가 말했다. "한 가지 더 알아야 할 게 있어."
"뭐."
"헨리가 여기에 처음 산 사람을 데려온 게 아니야."
에이드리언은 유나를 봤다. "그 사람은요?"
유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네트워크 어딘가에서 희미한 신호가 왔다. 생각-포스트 하나. '후회' 클러스터의 끝자락에서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는 것. 에이드리언이 그것을 감지한 건 분석이 아니었다. 피부에 닿기 전에 먼저 느끼는 것처럼, 그냥 알았다.
산 자의 생각이었다. 완성되지 않은 문장.
'출구를 못 찾겠어. 출구를 못 찾겠어. 출구를 못—'
다음 화 예고: 에이드리언은 패턴을 발견한다. 이것은 단순한 침입이 아니다. 산 업규모의 수확이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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