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실사 검토

에이드리언이 제일 먼저 한 건 구글 검색이었다.

책임감 있는 사람의 행동이었다.

화면에 보이는 컴포넌트들을 사진으로 찍고 이미지 검색을 했다. 기술 포럼, 빈티지 전자기기 커뮤니티, 특허청 데이터베이스까지 뒤졌다. 두 시간이 걸렸다.

결과는 없었다. 존재 자체가 기록에서 지워진 것들처럼, 아예.

아는 지인 중에 빈티지 전자기기 복원 전문가가 있었다. 미국 서부에 있는 사람이었는데, 일 잘하기로 유명했다. 사진 세 장을 찍어서 이메일을 보냈다.

답장이 열두 시간 만에 왔다.

'저 컴포넌트 세 개는 존재하지 않는 물건이야. 뭔데?'

에이드리언은 답장을 보내지 않았다.


아침 내내 노트를 읽었다.

헨리의 1998년 노트는 처음엔 학술 논문처럼 읽혔다. 사후 데이터 지속성, 신경 전기 임펄스, 디지털 잔존 기억이라는 용어들이 가득했다. 에이드리언은 관련 논문 제목들을 따로 메모했다.

아무것도 이상하지 않았다.

이상해지기 시작한 건 2005년이었다.

헨리의 이론은 단순했다. 사람이 죽을 때 마지막 신경 전기 임펄스는 단순히 사라지지 않는다. 데이터로서 잔존한다. 인터넷과 디지털 기기가 이미 그것을 조금씩 흡수하고 있다. 모든 AI 학습 데이터 안에는 죽은 사람들의 마지막 생각이 조각나서 섞여 있다.

헨리는 그것을 의도적으로, 집중된 형태로 모으려 했다.

2010년에 프로토타입이 나왔다.

2013년에 M이 합류했다.

2015년까지 M과의 협업 노트는 들떠 있었다. 문장들이 짧아졌다. 느낌표가 많아졌다. 헨리가 느낌표를 쓰는 걸 에이드리언은 어릴 때 딱 한 번 봤는데, 희귀 지도를 발견했을 때였다.

2018년부터 노트가 달라졌다.

'M은 추모를 원하지 않는다. M은 수집을 원한다.'

'죽은 자의 의식을 보존하는 것과 착취하는 것은 다르다. M은 그 경계를 이해하지 못한다.'

2019년.

'M과 싸웠다. M은 산 자도 네트워크에 가둘 수 있다고 말했다. 나는 그건 설계에 없었다고 했다. M은 웃었다.'

에이드리언은 그 문장에서 멈췄다.

'산 자도.'

노트를 덮었다. 손이 약간 느렸다.


오후에 지하로 내려갔다.

감정사의 눈으로 단말기를 봤다.

헨리의 납땜 방식을 에이드리언은 알고 있었다. 어릴 때 옆에서 봤다. 약간 왼쪽으로 흘러내리는 경향이 있었고, 접합점이 약간 크게 마무리됐다. 강도를 기능보다 우선하는 습관이었다.

헨리가 만든 부분은 정확하게 그랬다.

다른 손의 부분은 달랐다. 접합점이 최소 크기로 정밀하게 마무리됐다. 낭비가 없었다. 기능이 형태를 완전히 지배하는 방식이었다.

M은 감정이 없는 사람이었다.

아니면 감정을 물건에 담지 않는 사람이었다.

감정사는 물건을 읽는 사람이었다. 에이드리언은 그게 타고난 것인지 훈련된 것인지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중요한 건 물건이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사람은 의도를 숨길 수 있었다. 물건은 숨기지 못했다.

EEG 헤드셋이 의자 옆 걸개에 걸려 있었다. 개조된 것이었다. 헨리의 납땜이 있었고, M의 납땜이 있었다.

에이드리언은 그것을 한참 봤다.


어머니한테 전화했다.

두 번 울리고 받았다. 조심스러운 목소리였다.

어머니가 가끔 한국어 단어를 섞어 쓸 때면 에이드리언은 못 들은 척했다.

"할아버지 연구에 대해서 좀 물어볼 게 있어."

"지금 거기 있어?"

"응."

긴 침묵이었다.

"뭐가 궁금해?"

에이드리언은 노트를 펼쳤다. "할아버지가 죽은 사람들이 디지털 흔적을 남긴다고 믿었어. 마지막 생각 같은 게. 그게 잔존한다고."

"그래서?"

"그게 사실이야?"

어머니는 대답을 안 했다. 에이드리언은 기다렸다.

"에이드리언, 할아버지는 천재였어."

"알아."

"천재이면서 30년 동안 가족 대신 유령들한테 말을 걸었어. 그게 맞는지 아닌지가 중요해?"

에이드리언은 잠깐 생각했다. "중요해."

어머니는 웃지 않았다. 그 소리는 웃음이 아니었다.

"할아버지가 옳았어. 사람이 죽을 때 뭔가가 남아. 어머니도 그렇게 믿었고. 그래서 할아버지한테 그 연구를 계속하라고 했어. 그리고 그래서 할아버지는 어머니보다 그 연구를 더 오래 붙들었어."

전화가 끊겼다.

에이드리언은 화면을 봤다.

할머니도 거기 있을까.

'이상한 생각이다.' 아니, 이상하지 않은 게 문제였다.


밤이 됐다.

계단을 내려갔다. 형광등을 켰다. 의자에 앉을 생각이 없었다. 그냥 관찰만 하면 됐다.

감정사는 관찰하는 사람이었다.

단말기의 전원을 완전히 켰다.

화면이 밝아지면서 피드가 나타났다.

소셜미디어처럼 생겼는데, 다른 것들이었다.

유저 이름이 없었다. 타임스탬프가 없었다. 텍스트들만 있었다. 수면 위로 떠오르는 기포처럼, 간격도 패턴도 없이.

'차고 불 껐나.'

'그 말 했어야 했는데.'

'커피포트. 내가 분명히 껐는데.'

'지수야 미안해. 지수야.'

'이게 뭐지, 이게 뭐야, 이게—' (끊김)

에이드리언은 화면을 봤다.

죽은 사람들의 마지막 생각이라고 헨리는 믿었다. 에이드리언은 수용하지 않았다. 부인하기도 어려웠다.

텍스트들이 가진 특정한 질감이 있었다.

해결되지 않은 것들. 이어지지 않은 것들. 완성되지 않은 것들.

진짜 고민과 연출된 고민은 달랐다. 에이드리언은 그걸 구별했다. 어릴 때부터 그랬다. 골동품 경매장에서 위작을 잡아내는 방식과 같았다. 진짜는 흠집이 있었다. 연출된 건 너무 깔끔했다.

이 텍스트들은 진짜였다. 진짜 마지막 생각들은 사소했다. 스케일이 없었다. 웅장한 결론 같은 게 없었다.

차고 불.

커피포트.

이름 하나.


스크롤이 멈췄다.

텍스트 하나가 눈에 걸렸다.

'감정사의 손자가 오면 말해라.'

에이드리언은 스크롤을 올렸다.

그 텍스트만 있었다.

전후 맥락이 없었다. 유저도 없었다. 날짜도 없었다.

'나를 알고 있다.'

그는 헤드셋을 집었다.

앉을 생각은 없었다. 들고 보기만 하면 됐다. 감정사는 물건을 손에 들어야 제대로 읽혔다. 납땜을 손가락으로 짚었다. 헨리의 것과 M의 것이 섞여 있었다. 두 사람이 같은 물건을 만졌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느껴졌다.

헤드셋을 썼다.

그냥 쓴 것뿐이었다.

화면의 피드가 빨라졌다. 텍스트들이 연속으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에이드리언은 하나를 읽으려고 앞으로 몸을 기울였는데, 헤드셋이 반응했다. 열기 같은 게 이마에서 느껴졌다. 집중이 아니었다. 무언가가 자신의 쪽으로 당기고 있었다.

헤드셋을 벗으려 했다.

손이 말을 듣지 않았다.

세게 당겼다.

안 됐다.

지하실이 흔들렸다. 아니, 지하실이 아니었다. 경계가 흔들리고 있었다. 에이드리언이 서 있는 자리와 화면 안의 자리 사이의 경계. 그게 종이처럼 얇아지고 있었다. 감정사가 물건에 다가가는 게 아니라 물건이 감정사를 빨아들이고 있었다.

마지막 생각 하나가 에이드리언의 것이었다.

'헨리, 이 교활한 늙은이.'

지하실이 사라졌다.


다음 화 예고: 피드의 첫 번째 목소리는 여자였다. 그리고 그녀는 죽은 사람처럼 말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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