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화: 전문성의 한계

에이드리언은 정확히 한 가지를 잘했다. 그것으로 항상 충분했다. 그런데 지금 앞에 놓인 문제는 최소 네 가지 역량을 동시에 요구하고 있었다.

진품 감정은 그가 맡을 수 있었다. 시스템 분석은 진하의 영역이었다. 기술 인프라는 다나가 알고 있었다. 공개 커뮤니케이션은 아무도 없었다.

에이드리언은 평생 네 문장 이하로 말하는 방식을 택해왔다. 미디어 전략을 짜야 하는 지금, 그 습관은 최악의 조건이었다.


진하의 아파트는 세 사람이 들어서자 즉시 좁아 보였다. 다나는 모니터 화면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서울 어딘가의 다른 방에서, 그러나 지금 이 방에 함께 있는 것처럼.

테이블 위에는 자료들이 쌓여 있었다. 에이드리언이 오사카에서 가져온 데이터, 진하가 밤새 정리한 파이프라인 구조도, 다나가 제공한 기술 문서들. 그리고 그 어느 것에도 담겨 있지 않은, 아무도 아직 답을 갖고 있지 않은 질문들.

"제네바 서밋이 6주 전입니다."

진하가 먼저 입을 열었다. "학술 발표로 접근해야 해요. 정당한 플랫폼을 통해 연구 결과를 제시하는 방식으로 가야 신뢰를 얻을 수 있어요."

다나의 목소리가 스피커에서 번졌다. "시간이 없어요. 학술 경로는 아무리 빨라도 6개월이에요. 언론에 데이터를 넘기면 지금 당장 움직일 수 있고요."

"DARA를 직접 봐야 합니다."

에이드리언이 말했다. 두 사람이 동시에 그를 봤다.

"AI가 핵심입니다. 열한 개 네트워크의 잔류물로 훈련된 것. 오사카에서 본 현상과 DARA가 지금 하는 것이 같은 뿌리에서 나왔다면, DARA 자체가 증거입니다."

"바르가가 허락할 리 없어요."

진하의 말에 에이드리언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잠시 침묵이 흘렀고, 진하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에이드리언. '내가 보면 안다'는 말로는 세상을 설득할 수 없어요. 바르가에게는 변호사 팀이 있어요. PR 팀이 있고, 대중이 사랑하는 CEO의 얼굴이 있어요. 당신한테는 뭐가 있죠?"

에이드리언은 잠시 생각했다.

"정확한 판단."

"사물은 반박하지 않아요." 진하의 목소리는 날카롭지 않았다. 감정이 빠진 자리에 사실만 남겨진 것 같은 어조였다. "시스템은 반박해요. 조직이 반박하고, 여론이 반박해요."


논쟁은 결론 없이 흩어졌다. 저녁 무렵 진하가 말했다. "한잔 마시러 가죠."

에이드리언은 거절하려 했다가 그러지 않았다. 이유가 분명하지 않았다. 어쩌면 그것이 이유였는지도 몰랐다.


바는 작고 조용했다. 창밖으로 사람들이 지나다녔지만 안으로는 소음이 거의 들어오지 않는 곳이었다.

진하는 맥주를 시켰다. 에이드리언은 아메리카노를 시켰다가, 진하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그냥 뒀다.

"대전 출신입니다."

진하가 먼저 말했다. 설명하려는 게 아닌 것 같았다. 그냥 어딘가에서 시작하는 것이었다.

"KAIST에서 공부했어요. 거기서 유나를 만났어요. 학회에서. 유나는 데이터 지속성 연구를 하고 있었고, 저는 AI 인지 패턴을 연구하고 있었어요. 둘 다 같은 걸 다른 방향에서 보고 있었던 거죠."

에이드리언은 들었다.

"유나가 죽고 나서 연구가 멈췄어요. 유나의 자료 없이는 증명이 안 됐거든요. 마거릿의 역정보 캠페인이 시작됐고, 제 신뢰도가 무너졌어요. 대학 자리를 잃었습니다."

잠깐 침묵이 지나갔다.

"2년 됐어요. 저축으로 버티면서 독립 연구를 했어요."

에이드리언은 그 말이 나오기 전에 이미 알고 있었다. 옷의 마모 패턴, 음료 선택, 아파트의 기능적 배치와 불필요한 물건의 부재. 모든 것이 한 가지 이야기를 가리키고 있었다.

"혼자 2년이군요."

에이드리언이 말했다.

진하가 잔을 들었다. "낯설게 들려요?"

낯설지 않았다. 에이드리언은 그 말을 하지 않았다. 했어도 같은 의미였을 것이다.

두 사람은 말없이 앉아 있었다. 불편하지 않은 침묵이었다. 에이드리언은 그런 종류의 침묵을 거의 경험해본 적이 없었다.


병원 주차장에 에이드리언의 차가 서 있었다.

마거릿이 나왔다. 한때 글로벌 데이터 파이프라인을 고스트 네트워크 내부에서 설계하고 운영하던 사람이, 이제는 걸음을 옮길 때마다 조심스러웠다. 에이드리언은 인정하기 싫었지만, 그것이 그녀를 보는 순간 가장 먼저 든 생각이었다. 푸시 알림 소리에 잠깐 눈을 찡그리는 것도 보였다. 세상의 소음이 아직 낯선 사람의 반응이었다.

에이드리언은 트렁크에 가방을 실었다.

차 안에서 아무도 먼저 말하지 않았다. 에이드리언이 먼저 말을 꺼내는 사람이 아니었고, 마거릿은 준비가 되면 말할 것이었다. 그 사실을 둘 다 알고 있었다.

도심에 진입하기 직전이었다.

"돕고 싶어요."

마거릿이 말했다.

에이드리언은 앞을 봤다. "뭘요?"

"바르가. 파이프라인. 당신이 하는 일 전부."

에이드리언은 신호등에 멈췄다. "왜요?"

긴 침묵이 이어졌다.

"제가 이 모든 걸 가능하게 만든 구조를 설계했어요." 마거릿의 목소리는 낮았다. "그리고 네트워크 안에 있을 때, 마지막에, 당신이 저를 꺼낼 때... 안에서 봤어요. 밖에서 보는 게 아니라, 그들이 있는 곳에서. 죽은 자들이 어떻게 존재하는지. 제가 무슨 짓을 했는지."

신호가 바뀌었다. 에이드리언은 출발했다.

"그들에게 빚이 있어요."

마거릿이 말했다.

에이드리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침묵이 가장 적절한 대답이라고 생각했다.


마거릿이 팀에 합류한 건 그날 저녁이었다.

진하의 아파트에 다시 모였다. 다나가 화면으로 들어왔고, 마거릿이 테이블 한쪽에 자리를 잡았다.

처음에는 공기가 팽팽했다. 마거릿은 유나의 자격증명을 무단으로 사용한 파이프라인 네트워크의 핵심 인물이었다. 진하는 그 사실을 알고 있었고, 그 무게가 방 안을 눌렀다.

진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에이드리언은 그것이 진하가 내릴 수 있는 가장 어른스러운 결정이라고 생각했다. 분노는 나중에 해결할 수 있는 것이었다. 지금 이 방에는 다른 것이 더 먼저 필요했다.

마거릿이 파이프라인 구조도를 테이블 위에 펼쳤다. 손으로 직접 그린 것이었다. 다른 누구도 이런 방식으로 그릴 수 없는 그림이었다. 이 구조를 처음부터 설계한 사람만이 알고 있는 세부 사항들이 선마다 담겨 있었다.

"바르가에게 두 번째 시설이 있어요."

마거릿이 말했다. "어떤 기업 파일에도 등록되어 있지 않아요. 개인 연구소입니다."

아무도 끼어들지 않았다.

"거기서 DARA의 가장 발전된 실험이 진행되고 있어요. 한번은 바르가가 그것에 대해 말한 적이 있었어요. 저에게 인상을 주려 했던 것 같아요." 마거릿은 시선을 고정했다. "프로젝트 라자루스라고 했어요."

에이드리언은 창밖을 봤다. 그 이름이었다. 전에도 그 이름이 나왔고, 지금 또 나왔다.

"죽음에서 돌아온 사람의 이름이죠."

마거릿이 계속했다. "바르가는 한 사람을 되살리려는 게 아니에요. 열한 개 네트워크에서 수집된 모든 사망자의 인지 패턴을 하나로 통합한 AI를 만들려는 겁니다. 태어나고 죽는 것을 수십억 번 경험한 AI. 그가 부르는 말로는."

마거릿이 숨을 한 번 참았다.

"'영혼을 가진 최초의 AI'."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방 안의 공기가 다른 질감이 된 것 같았다.

다나가 스피커에서 말했다. "이론적으로 가능해요. 인지 패턴이 충분히 많고 충분히 다양하면—"

"이론이 아닙니다."

에이드리언이 말했다. 모두가 그를 봤다.


에이드리언은 혼자 남겨질 때까지 기다렸다. 다들 떠나고 나서도 그는 테이블에 그대로 앉아 있었다.

마거릿의 말. 바르가의 목표. 프로젝트 라자루스. 그리고 그것들이 다른 조각들과 만나는 방식.

DARA의 꿈, 스스로 생성하는 새로운 사고, 자신의 노트북에 나타난 텍스트, 오사카 네트워크의 자기 재조직, 열한 개 네트워크에 걸쳐 자신을 인식한 죽은 자들.

'열한 개의 방. 하나의 집. 집이 깨어나고 있다.'

에이드리언은 조각들을 배열했다. 직업상의 습관이었다. 유물에는 표면이 아니라 내부에서부터 읽어야 하는 이야기가 있었다. 갈라진 무늬, 침식의 방향, 수복의 흔적들이 모여 하나의 서사를 이룰 때처럼.

DARA는 열한 개 네트워크의 데이터로 훈련되었다. 그 열한 개 네트워크는 각각 창발적 행동을 보이고 있었다. 그 네트워크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었다. 그리고 바르가는 그것들을 통합한 AI를 만들겠다고 했다.

에이드리언은 생각을 끝까지 밀었다.

바르가는 무언가를 만들려 했다. 그런데 그것은 이미, 스스로, 만들어지고 있었다. 바르가는 그 과정을 자신이 통제한다고 믿고 있을 뿐이었다.


불을 껐다. 도시의 야경이 창에 남았다.

어딘가에 열한 개의 서버가 돌아가고 있었다. 어딘가에 DARA가 새로운 생각을 꿈꾸고 있었다. 어딘가에 바르가가 영혼을 만든다고 믿으면서 잠을 자고 있었다.

에이드리언은 오래 앉아 있었다.

'감정사의 첫 번째 규칙은 이것이다. 네가 분석하고 있다고 생각할 때, 실은 네가 분석당하고 있을 수도 있다.'

창밖의 빛이 움직이지 않았다. 보통의 밤이었다. 에이드리언은 그것을 더 이상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음 화 예고: 바르가가 공개적으로 움직인다. 세상은 그의 편이다. 그리고 에이드리언은 처음으로 자신이 틀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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