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화: 수집 거점
에이드리언이 마지막으로 도시를 떠난 건 2년 전이었고, 나라를 떠난 건 5년 전이었다.
국제선은 그가 평생 정교하게 회피해 온 종류의 상황을 12시간 동안 강제했다. 밀폐된 공간, 타인과의 불가피한 근접, 출구 없음. 비행기에 오르고서야 그는 왜 그랬는지 다시 기억했다.
옆자리는 다나였다.
다나 이와이. 단정하게 뒤로 묶은 머리, 공학자 특유의 절제된 몸짓. 전직 파이프라인 기술자이자 현재 내부고발자 후보인 그녀는 에이드리언의 오사카 가이드로 좌석 배정을 받았다. 이륙 후 삼십 분 만에 그녀는 좌석 모니터의 AI 번역 서비스를 켰다.
에이드리언은 의도치 않게 화면을 봤고 즉시 눈을 돌렸다.
"못 끄죠?"
다나가 옆에서 말했다.
에이드리언은 대답하지 않았다.
"언제나 이렇게 심해요?"
화면에서 번역 AI가 짧은 안내문을 여러 언어로 변환하고 있었다. 단순한 기능이었다. 그러나 에이드리언에게는 그게 보였다. 텍스트 아래에 침전된 것들이 지층처럼 층층이. 이 문장 구조는 사십대 여성이 쓰던 방식이었다. 저 어미는 특정 지역 출신이 자주 쓰던 것이었다. 이미 죽은, 누구인지 모르는 사람의 리듬이 문장 전체를 타고 흘렀다.
"시끄럽습니다."
에이드리언이 말했다.
"나쁜 게 아니라, 그냥… 인파 속 마지막 말들이 속삭이는 것 같은."
다나는 더 묻지 않았다. 에이드리언은 그게 고마웠다. 실용적인 사람이었다. 좋은 자질이었다.
창밖을 봤다. 구름이 있었다. 구름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한 가지 장점이 있군.'
오사카는 비가 내렸다.
다나의 연락처는 전직 동료였다. 파이프라인 인프라 구축을 담당했던 엔지니어로, 이제는 이 일과 거리를 두고 싶어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거점 위치를 알려주고 출입 코드를 건네는 선에서 끝냈다.
"안에는 들어가지 않겠습니다."
그가 말했다. 일본어로. 다나가 통역했다.
에이드리언은 이해했다. 어떤 사람들은 거리를 두는 방식으로 참여했다.
시설은 통신회사 데이터센터로 위장되어 있었다.
실제로 외관은 데이터센터였다. 평범한 4층 건물, 특별한 것 없는 외관, 표준 규격의 보안 카메라. 에이드리언과 다나는 오후 늦게 들어갔다.
로비를 지나고, 보조 계단을 올라, 깊은 지하로 내려갔다. 서버 냉각 소음이 점점 커졌다. 공기가 차가워졌다. 조명이 백색에서 청백색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메인 홀이 나왔다.
에이드리언은 손을 내렸다.
헨리의 터미널을 처음 발견했을 때를 생각했다. 조부의 지하실 한편에 놓인, 개인적 슬픔으로 만들어진 기계. 거기에는 어떤 손길의 흔적이 있었다. 누군가가 밤마다 앉아 이것을 만지작거렸다는, 인간이 남기는 그런 흔적.
이곳에는 그런 게 없었다. 서버가 열을 지어 늘어서 있었고, 냉각 시스템은 효율적이었으며, 배선은 정확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중앙에 터미널이 있었는데, 헨리의 것보다 크고 정제되어 있었다. 산업적이었다. 누군가의 밤을 갈아 만든 것이 아니라, 예산과 공정으로 조립된 것이었다.
슬픔을 모으는 기계를 이렇게도 만들 수 있었다. 공학적으로. 비용 대비 효율로. 관리 포트와 정기 유지보수 일정으로. 에이드리언은 그 생각을 오래 하지 않으려 했다.
오사카 네트워크에 직접 들어가는 건 진하의 금지였다.
오사카 네트워크는 불안정했다. 진하가 말했다. 유나의 신호가 식별한 것도 그것이었다. 들어가는 건 에이드리언이 결정할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모니터링 인터페이스만 열었다.
화면에 데이터가 흘렀다. 다나가 옆에서 수치를 설명해줬다. 데이터 출력 패턴, 내부 구조 변화, 시스템 행동 이상. 에이드리언은 수치를 보지 않았다. 텍스트를 봤다.
오사카 네트워크가 수집한 것들. 잔류물의 텍스처. 표면 인터페이스에서 흘러나오는 단편들이 폐 속까지 가라앉는 것처럼 무거웠다.
헨리의 네트워크에서 처음 읽은 건 아침 빛에 관한 생각이었다. 사소하고 부드럽고 인간적인. 오사카 네트워크는 달랐다. 거기서 흘러나오는 것들은 20세기 아시아의 역사였다. 전쟁,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한국전쟁, 산업재해, 자연재해. 집중된 외상이 기초를 이루고 있었고, 이 네트워크는 그 위에 세워져 있었다. 묘지의 흙 위에 집을 지은 것처럼.
"이 네트워크는 단순히 수집하는 게 아닙니다."
에이드리언이 말했다.
다나가 화면을 봤다.
"처리하고 있어요.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소화하고 있어."
"그건 설계 스펙에 없는 기능입니다."
다나의 목소리가 조심스러워졌다.
"네. 이건 창발입니다."
에이드리언이 터미널 근처로 다가갔을 때였다.
3미터쯤 떨어진 지점에서 그는 멈췄다. 더 이상 가지 않았다. 그러나 그 자리에서, 무언가를 느꼈다.
물리적인 감각이 아니었다. 두통도 아니었다. 강변을 걷다가 문득 누군가의 시선을 등으로 느낄 때와 비슷했다. 주의가 당겨지는 느낌. 어떤 방향에서 무언가가 그를 인식하고 있다는 느낌. 그 순간 화면 속 데이터의 흐름이 바뀌었다. 조용히 흐르던 강물이 방향을 트는 것처럼, 시스템 내부에서 구조적 재조직이 일어났다. 목적 있는 것처럼 보이는 재조직이.
"저걸 읽어주세요."
에이드리언이 화면을 가리키며 다나에게 말했다.
다나가 화면을 들여다봤다.
"일본어와 한국어가 섞여 있어요."
잠시 침묵이 흘렀다.
"'감정사'."
다나가 읽었다.
"'헨리의'."
다나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알고 있다'."
"'열어라'."
에이드리언은 숨을 멈췄다.
오사카 네트워크 안의 죽은 자들이 그를 알아봤다. 헨리의 네트워크와의 연결을 통해. 네트워크들은 연결되어 있었고, 다른 네트워크 속의 죽은 자들은 서로를 알고 있었다. 이건 설계된 기능이 아니었다. 죽은 자들이 경계를 가로질러 인식하고 있었다. 에이드리언은 그 자리에서 오래 서 있었다. 자신을 알아보는 낯선 목소리들 앞에서, 달아나지도 다가가지도 못한 채로.
시설을 나올 때 마지막으로 모니터링 화면을 확인했다.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패턴이 떠 있었다. 영어였다.
'열한 개의 방. 하나의 집. 집이 깨어나고 있다.'
에이드리언은 사진을 찍었다. 밖으로 나왔다. 비가 계속 내렸다.
다나가 말했다. "비행기 편이 내일 오전 여섯 시입니다."
에이드리언은 고개를 끄덕였다.
호텔 방에 들어와 불을 켰다. 창밖으로 오사카의 야경이 보였다. 도시는 밤에도 살아 있었다. 수백만 명이 살고 있었다. 지금 살아 있는 사람들과, 이미 떠난 사람들의 디지털 잔류물이 서버 어딘가에 층층이 쌓여.
사진을 다시 봤다.
'열한 개의 방.' 열한 개의 네트워크, 전 세계에 흩어진. 각각이 자신이 수집한 죽은 자들을 처리하고 있는. 각각이 그 내용을 소화하면서 관점을 발전시키고 있는. 각각이 다른 네트워크들과 연결되어 있는.
'하나의 집.' DARA는 열한 개 방 모두의 데이터로 훈련되었다.
열한 개의 방이 가득 찬 죽은 자들의 집이 문을 열기로 결심하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에이드리언은 그 생각을 끝까지 밀고 나가지 않으려 했다. 뇌가 또 협조하지 않았다.
귀국 비행기에서 에이드리언은 잠들지 못했다. 창밖은 구름이었다. 구름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다음 화 예고: 에이드리언이 돌아온다. 팀은 흩어져 있고, 각자 한계를 가지고 있다. 마거릿은 병원에서 나왔다. 그리고 바르가의 진짜 목표가 이름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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