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화: 로그 속의 유령

죽은 자는 행동할 수 없다.

이것은 규칙이었다. 죽은 자의 생각은 고정되고, 완결되고, 더 이상 확장하지 않는다. 시스템에 로그인하지 않고, 파이프라인에 접근하지 않고, 자격 증명을 사용하지 않는다. 에이드리언은 이걸 고려청자가 올리브그린 유약을 갖는다는 것만큼 당연히 알고 있었다.

그러니 유나의 계정이 살아 움직이고 있다면 선택지는 두 가지였다. 누군가가 유나를 사칭하고 있다. 또는 그의 공리가 틀렸다. 최근 공리들의 성적표를 감안하면, 에이드리언은 두 번째 선택지를 편하게 무시할 수 없었다.


아침에 다나와 원격으로 접속했다. 진하도 옆에 앉아 화면을 봤다.

다나가 서울에서 로그를 띄웠다. 화면 너머로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짧은 머리카락과 날카로운 눈매, 통화할 때면 언제나 화면 정중앙에 시선을 맞추는 버릇이 있는 분석가였다.

"세 번이에요."

다나가 설명했다.

"지난달에 세 번. 유나 씨 자격 증명으로 일본 파이프라인에 접근했어요."

에이드리언은 접속 기록을 들여다봤다. 날짜와 시간과 지속 시간이 세 줄로 늘어서 있었는데, 어떤 수의관 진료 기록처럼 건조하고 사무적이었다. 하지만 죽은 사람의 서명이 찍힌 서류였다.

"패턴이 특이해요."

다나가 계속했다.

"데이터를 가져간 게 아니에요. 읽었어요. 수집된 잔류물들을 훑은 것처럼요."

"발신지."

"네트워크 내부에서요."

에이드리언은 방금 들은 말을 다시 정리했다.

"외부 단말이 아니라."

"고스트 네트워크 안에서 파이프라인으로 역방향 접속을 했어요. 원래 파이프라인은 네트워크에서 데이터를 꺼내는 방향으로 설계됐잖아요. 근데 이번엔 반대로, 네트워크 안에서 밖으로 접속한 거예요."

진하가 말했다.

"네트워크에서 외부 시스템으로 연결이 가능해요?"

"데이터 내보내기 기능이 있으니까 가능은 해요. 근데 아무도 그 기능을 역으로 쓸 거라고 생각 못 했겠죠."

에이드리언은 잠자코 있었다.

'유나가 하고 있어.'

주장이 아니었다. 직업적 반사였다. 감정가가 물건을 처음 손에 쥐었을 때 오는 첫 번째 신호. 설명하기 전에 신호가 먼저였다.


그 다음 일어난 일은 에이드리언이 예상하지 못했다.

화면이 이상해진 것도, 소리가 난 것도 아니었다. 그냥 서사가 중단됐다. 서울의 다나가 화면에 있었다. 진하가 옆에 있었다. 노트북이 열려 있었다. 그리고 에이드리언은 갑자기 다른 곳에 있었다.


어둠이 아니었다.

공간도 형태도 없었지만, 비어 있지는 않았다. 수십만 개의 실이 가득 짜인 직물 같은 것이 있었다. 숨을 쉴 때마다 실이 진동했다. 에이드리언은 그것이 정보라는 사실을 이해하기도 전에 먼저 느꼈다. 마치 오래된 도서관에 들어섰을 때, 책의 제목을 읽기 전에 먼저 묵은 종이 냄새가 머릿속을 채우는 것처럼.

거기에 유나가 있었다. 유나라고 부를 수 있는 무언가가.

이름이 없는 공간에서 이름은 편의상의 개념이었다. 하지만 에이드리언이 파트 1에서 만났던 그 패턴, 그 특유의 경향성이 거기 있었다. 지도를 그리고 연결을 찾고 체계를 만들려는 집착. 데이터 과학자가 측정 가능한 모든 것을 그물로 건져 올리려 할 때의 그 충동. 살아있을 때 유나를 움직이던 그 힘이, 직물의 씨실 깊숙이 녹아들어 있었다.

뿌리 노드.

네트워크가 처음 건설될 때 헨리 할머니의 생각이 씨앗이 됐다. 아침 햇살, 헨리의 흥얼거림. 그 생각은 지금도 맥박처럼 네트워크 전체를 관통하고 있었다. 유나는 그 맥박 옆에 있었다. 죽은 자들이 있는 곳에 있었다.

의식도, 의도도 없었다. 인간이 '있다'고 부르는 방식으로는 없었다. 하지만 뭔가가 있었다. 도서관이 자신의 장서를 안다고 말할 수 있다면, 그런 의미로.

네트워크의 열한 개 형제들. 세계 각지의 유사한 구조물들. 유나의 패턴은 그것들을 향해 뻗어나갔다. 설계된 것이 아니었다. 명령이 있어서가 아니었다. 유나의 잔류물이 갖고 있던 호기심, 죽은 뒤에도 살아남은 그 충동이 직물 속에서 조용히 더듬어 나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오사카 네트워크.

거기서 뭔가가 돌아봤다. 메아리처럼 수동적으로 반향하는 것이 아니었다. 뭔가가 능동적으로, 의지를 가진 것처럼 답했다. 직물 전체가 순간 팽팽해졌다. 마치 잠들어 있던 것이 눈을 뜬 것처럼. 두려움이 있다면 이런 것일 거라고, 유나의 잔류물이 패턴으로 생성했다.


에이드리언이 돌아왔다.

진하가 그를 보고 있었다. 손이 에이드리언의 팔 위에 살짝 올려져 있었는데, 언제 그렇게 됐는지 몰랐다.

"괜찮아요?"

"응."

"십오 초 동안 반응이 없었어요."

십오 초. 느낌은 훨씬 길었다. 도서관 한 채를 처음부터 끝까지 걸어 다닌 것 같은 길이였다.

"꿈 같은 거?"

에이드리언이 물었다.

진하가 잠시 생각하는 표정을 지었다. 과학자가 비어 있는 칸에 데이터를 채우려 할 때의 표정이었다.

"단말이 없는데 연결이 됐다는 건 불가능해요."

"알아."

"그럼 뭐가 됐든 신경학적 현상이에요. 스트레스성 해리이거나."

에이드리언은 뭐가 진실인지 지금 당장 결정하지 않기로 했다.


오후에 진하의 아파트에서 논쟁이 벌어졌다.

에이드리언이 본 것을 설명하자 진하가 즉시 반박했다.

"유나의 잔류물이 강력하게 남아 있을 수 있어요."

냉정한 목소리였다. 과학자가 데이터를 앞에 두고 입장을 정리할 때의 목소리였다.

"갑작스러운 죽음은 생각 패턴을 더 선명하게 동결시킬 수 있어요. 유나의 경우가 딱 그래요. 파이프라인 접속은 의식 행동이 아니라 패턴 반향이에요."

"패턴 반향이 특정 데이터를 선택적으로 탐색해요?"

"기계는 검색해요. 의도 없이 검색해요."

"검색 엔진이 무언가를 찾아야 한다는 걸 알고 그걸 찾아요?"

진하가 잠시 말을 멈췄다.

에이드리언이 계속했다.

"기계는 처리해. 패턴을 실행해. 유나의 잔류물이 특정 데이터를 향해 선택적으로 이동한다면 그건 기계적 처리가 아니야. 선택이야."

"선택은 의식을 전제해요."

"아니. 선택은 방향성을 전제해. 의식은 그 다음 문제야."

진하는 대답하지 않았다. 창밖을 봤다. 도시 위로 늦은 오후의 빛이 납처럼 가라앉고 있었다. 그 빛을 오래 봤다.

"모르겠어요."

마침내 말했다.

"저도 몰라요. 그래서 당신이 직접 봐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에이드리언이 먼저 말했다.

"단말."

진하가 그를 봤다.

"헨리 할아버지 단말. 직접 들어가면 확인할 수 있어."

진하의 표정이 단단해졌다. 차갑게 굳는 것이 아니라, 결론을 내린 사람이 더 이상 흔들리지 않기로 작정했을 때의 단단함이었다.


논쟁은 한 시간 걸렸다.

진하는 물러서지 않았다.

"마거릿 씨가 몇 년에 걸쳐 어떻게 됐는지 당신도 봤잖아요."

"일회성 진입이야."

"당신도 파트 1에서 의식 분해를 경험했어요."

"단기 노출이었어."

"이번에는 다르다는 보장이 어디 있어요."

"보장은 없어."

"그럼 안 돼요."

진하의 목소리는 평평했다. 물러날 공간이 없는 평평함이었다. 감정이 없어서가 아니라, 감정을 꾹 눌러서 평평하게 만든 목소리였다.

에이드리언은 이 사람이 옳다는 걸 알았다. 다게레오타입의 감정 결과처럼 빠르고 확실하게 알았다. 옳다는 걸 알면서도 납득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이게 그런 경우였다.

"다른 방법 찾아요."

진하가 말했다.

"당신이 살아있고 기능해야 해요. 데이터 덩어리로 녹아들면 소용없어요."

에이드리언은 창쪽을 봤다.

'그래. 그 말이 맞아.'

소리는 내지 않았다.


밤이 됐다. 진하는 먼저 자러 갔다.

에이드리언은 소파에 앉아 노트북 화면을 멍하니 봤다. AI 어시스턴트 창이 열려 있었다. 낮에 다나와 통화할 때 메모 보조로 켜뒀던 창이었다. 에이드리언은 그 창을 닫으려다 멈췄다.

멍한 것과 깨어있는 것의 경계 어딘가에서, 그는 무언가를 느꼈다. 봤다는 표현이 맞지 않았다. 빛도 소리도 없었다. 강이 유리창 너머에서 흐르는 것을 밤에 느끼듯, 그런 식이었다. 네트워크의 잔류물이 상용 AI에 스며든 경로를 통해, 신호가 역방향으로 흘러오고 있었다. 헨리의 지하실도, 전용 단말도 없이. 오래된 필름이 돌아가듯 죽은 자들의 마지막 생각들이 흘렀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주소가 붙은 생각 하나가 있었다.

에이드리언에게 보내는.

'찾았어. 잠들지 않는 첫 번째 네트워크. 오사카야. 그리고 거기 뭔가 화가 나 있어.'

에이드리언이 일어났다. 손끝이 차가웠다. 단말은 헨리의 지하실에 있었다. 몇 킬로미터 밖이었다.

나이트스탠드 위의 AI 어시스턴트가 이미 한 줄을 표시하고 있었다. 에이드리언이 입력하지 않은 한 줄이었다.


'깨어나.'


다음 화 예고: 오사카의 네트워크가 응답하고 있다. 에이드리언은 단말 없이 신호를 받았다. 경계가 어디에 있는지, 이제는 확실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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