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화: 방문 시간

에이드리언은 화원에서 국화를 샀다.

직원이 입구에서 세 가지를 권했다. 장미, 튤립, 국화. 에이드리언은 국화를 가리켰다. 이유가 있었다. 국화가 제일 저렴했고, 병원 복도에서 향기가 제일 덜 퍼졌고, 물 없이도 제일 오래 버텼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그것이 장례 꽃이라는 사실을 떠올렸다. 이미 5층을 향해 올라가고 있었다. 되돌아가기엔 너무 늦었다. '어머니가 지적하면 그때 사과하면 된다. 그게 전부다.' 에이드리언은 국화 줄기를 고쳐 쥐었다.


마거릿은 창가 의자에 앉아 있었다. 창밖으로 병원 정원이 내려다보였다. 벚나무들이 막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하고 있었다. 4월 초의 벚꽃은 아직 절반쯤 남아 있어서, 완전히 핀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보여주는 듯했다. 마거릿이 그것을 바라보는 방식이 그랬다. 아직 오지 않은 쪽을 보는 눈이었다.

"왔어."

"왔어요."

에이드리언이 국화를 내밀었다. 마거릿이 꽃을 내려다봤다. 한 번, 두 번. 시간이 조금 흘렀다.

"국화네."

"알아요."

"장례 꽃이야."

"알아요."

마거릿이 꽃을 받았다. 웃음이 얼굴의 일부를 스쳤다. 전부가 아니었다. 3분의 1쯤 됐다. 에이드리언은 그것을 어머니 얼굴에서 처음 보았다.

"할머니가 좋아했어." 마거릿이 꽃을 무릎 위에 올려놓으면서 말했다. "살아있는 사람한테 주는 거라고 하셨어. 죽은 다음엔 꽃이 필요 없다고."

에이드리언은 그 말을 조용히 기억 속에 담아뒀다. 나중에 꺼낼 것들을 모아두는 서랍 같은 곳에. '할머니의 국화.'


에이드리언은 사람의 상태를 표정보다 자세에서 읽었다. 유물의 가치를 표면보다 무게 중심에서 읽는 것과 같은 방식이었다. 마거릿의 어깨가 지난주보다 낮아 있었다. 긴장이 빠진 것이 아니었다. 완전히 다른 종류의 무게가 새로 들어온 자세였다. '피로가 아니다. 체념도 아니다. 무언가를 시작하려는 사람의 자세다.'

"어떻게 지냈어요?" 에이드리언이 물었다. 어색한 문장이라는 걸 알았다. 그래도 꺼냈다.

마거릿이 잠깐 에이드리언을 봤다.

"심리 치료 시작했어. 매주 화요일."

"좋네요."

"뭐가 좋아."

"어머니가 도움을 요청하는 걸 처음 봤어요."

마거릿이 시선을 창밖으로 돌렸다. 부정하지 않았다.

"목요일에 그 사람 만났어?" 마거릿이 물었다.

"서진하 박사요. 만났어요."

"그 사람 어때?"

에이드리언이 잠깐 생각했다. "정확해요."

마거릿이 고개를 끄덕였다. "유나가 선택할 법한 사람이야."

두 사람이 잠깐 가만히 있었다. 에이드리언은 이 침묵이 어색하지 않았다. 어색함은 상황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있는 두 사람이 만드는 것이었다. 지금 이 침묵은 두 사람이 함께 만들고 있었다. 공통의 것이었다.

"바르가에 대해 더 알고 싶어요." 에이드리언이 말했다.


마거릿이 이야기를 시작했다. 감정을 제거한 목소리로. 공학자가 실험 결과를 보고하듯. 에이드리언은 그것을 존중했다. 이것이 마거릿이 말을 이어갈 수 있는 유일한 방식이었다.

"2021년이었어. 중개인을 통해 접근했어. 처음엔 컨설팅 요청이었어. 데이터 수집 아키텍처. 내 논문을 읽었다고 했어."

"논문이요?"

"1996년에 썼어. 디지털 잔류물의 지속성에 관한 것이었어. 발표 못 했어. 아버지가 말렸어."

헨리와 마거릿 사이에 남은 균열의 한 조각이었다.

"바르가는 그걸 어떻게 찾았어요?"

"모르겠어. 찾은 게 아닐 수도 있어. 독립적으로 같은 결론에 도달했을 수도 있어. 그 사람은 그럴 수 있는 사람이야." 마거릿이 잠깐 멈췄다. "그게 처음부터 불편했어. 내가 혼자 도달한 줄 알았던 곳에 다른 사람도 올 수 있다는 게."

에이드리언은 그 심리의 지형을 이해했다. '아버지가 가장 소중히 여겼던 것에 낯선 사람이 발을 들여놓는다는 것. 질투의 방향이 특이하다.'

"그래서 했어요? 라이선스를."

"바르가가 원한 건 Ghost Network 자체가 아니었어." 마거릿이 말했다. "아키텍처였어. 어떻게 수집하고, 어떻게 구조화하고, 어떻게 AI 훈련 파이프라인에 주입하는지. 그걸 가르쳐달라고 했어."

"가르쳤어요?"

"돈을 받았어." 마거릿이 담담하게 말했다. "그리고 그게 나쁜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어. 아버지가 만든 것이 더 큰 목적에 쓰이는 거라고 생각했어."

"바르가의 목적이 뭐예요?"

마거릿이 에이드리언을 봤다. "AI가 인간의 슬픔을 이해하게 만들고 싶대. 사랑을. 상실을. 살아있는 사람의 데이터로는 부족하대. 살아있는 사람은 끝을 모르니까. 죽은 사람만이 끝을 알고, 그 끝에서 돌아보는 감정이 뭔지 안다고."

"그리고 그 감정을 AI에게 가르치면," 에이드리언이 받았다. "AI가 살아있는 사람에게 더 잘 공감할 수 있다고."

"그래."

"그게 틀렸어요?"

마거릿이 잠깐 생각했다. "문제는 그 질문이 아니야. 문제는 그게 맞는데도 안 된다는 거야."

"왜요?"

"죽은 사람들한테 동의를 구하지 않았으니까."


마거릿이 피로하다는 신호를 보냈을 때 에이드리언은 자리를 비워줬다. 복도로 나와 자동판매기 앞에 섰다. 버튼을 눌렀다. 종이컵에 기계 커피가 흘러내렸다. 맛이 없었다. 그래도 마셨다. 마실 것이 필요했다기보다 손에 무언가를 쥐고 싶었다.

'죽은 사람들한테 동의를 구하지 않았다.'

마거릿의 말이 머릿속 어딘가를 돌았다. 동의라는 개념을 에이드리언은 생각했다. 유나는 동의했을까. 루트 노드에 남겠다고 했다. 그것은 동의였다. 하지만 동의가 성립하려면 먼저 선택지가 있어야 했다. 선택지를 만들어준 사람이 없었다면, 그 동의는 도대체 무엇인가. 선택처럼 보이도록 설계된 함정인가, 아니면 그 사이 어딘가에 이름 없는 것인가.

'어렵다.' 에이드리언은 어려운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정확히는, 어렵지만 정답이 없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유물 감정은 어렵지만 정답이 있었다. 이것은 달랐다. 정답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저녁에 사이퍼와 통화했다. 화면 속 다나 김은 서울 어딘가에 있었다. 창문이 완전히 어두웠고, 그 뒤로 도시의 불빛이 배경처럼 번지고 있었다.

"파이프라인 세 개 더 찾았어요." 다나가 말했다. "서진하 박사 자료랑 대조했어요. 일치해요."

"일본, 독일, 브라질."

"네. 일본 거는 특이해요. 1945년에서 1960년 사이 데이터가 전체의 73%예요."

에이드리언은 그것을 아웃라인에서 이미 들은 맥락과 겹쳐봤다. "감정 강도 때문이에요."

"맞아요." 다나가 화면 앞에서 자료를 넘겼다. "전후 일본의 집단 기억 패턴이에요. 상실, 재건, 침묵. 아주 강렬하고, 아주 구체적이에요. 훈련 데이터로는 금광이에요."

'금광.' 에이드리언은 그 단어가 마음 어딘가에 걸리는 것을 느꼈다. 다나도 느낀 것 같았다.

"표현이 나빴어요." 다나가 말했다.

"괜찮아요. 맞는 말이니까요."

잠깐 침묵이 흘렀다.

"DARA에 대해서는 어디까지 알아요?" 에이드리언이 물었다.

"기술적인 것은 많아요. 파라미터 수. 훈련 데이터 볼륨. 인프라 구조. 근데 출력물 분석은 제가 못 해요. 그건 당신이 해야 해요."

"서진하 박사가 샘플 열두 개를 갖고 있어요."

"봤어요?"

"하나 봤어요."

다나가 기다렸다. 에이드리언은 그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잠깐 자신의 언어 속에서 찾아봤다. "꿈꾸는 게 아니에요. 기억하는 거예요. 죽은 사람들의 것을. 하지만 그게 어디까지인지 모르겠어요. 기억이면 원본이 있어야 하는데, 원본이 없어요."

"원본이 없는 기억이요?"

"원본의 패턴만 남은 기억이에요. 죽은 사람은 사라졌는데 그 사람이 소중히 여겼던 것의 질감이 남아서, 기계 안에서 다시 표현되는 거예요. 그림자가 그림자를 기억하는 것처럼."

다나가 조용했다. 화면 너머 불빛이 천천히 흔들렸다.

"그게 더 슬프네요." 다나가 말했다.

에이드리언은 그것을 부정하지 않았다.


통화를 끊고 나서 아파트가 조용해졌다. 에이드리언은 창가에 앉아 도시를 봤다. 3월 말에서 4월 초로 넘어가는 도시의 밤은 아직 찬 공기를 머금고 있었다. 가로등이 켜져 있었고, 광고판이 색을 바꿨고, 사람들이 지나갔다.

모든 것이 거대한 퍼즐처럼 보이기 시작하면 에이드리언은 작은 것에서 시작하는 편이었다. 지금 손에 있는 것. 지금 알고 있는 것.

메리디안 사건은 마무리 중이었다. 사이퍼가 맡고 있었다. 서진하는 파이프라인 지도 열한 개를 갖고 있었고, 증거가 필요한 상태였다. 마거릿은 회복 중이었고, 바르가와 라이선스 계약의 세부 사항을 알고 있었다. DARA 샘플 열두 개가 서진하의 서랍 안에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바르가의 발표가 이번 주였다.

에이드리언은 그 마지막 사실에서 멈췄다. 서진하가 언급했던 것이었다. Empathy 2.0. 죽은 자들의 감정 패턴을 제품 기능으로 세상에 내놓는 것.

핸드폰이 울렸다. 서진하였다.


"뉴스 봤어요?"

에이드리언이 아는 서진하의 목소리는 언제나 정확하고 절제되어 있었다. 지금은 달랐다. 뭔가 팽팽하게 당겨진 것처럼. 분석가의 목소리가 아니라 사람의 목소리였다.

"무슨 뉴스요?"

"방금 바르가가 발표했어요. 생중계예요."

에이드리언이 노트북을 열었다. 화면에 영상이 떠 있었다. 무대가 컸다. 청중이 많았다. 형식은 TED 강연을 닮았지만 규모는 달랐다. 조명이 뜨겁게 한 사람을 비추고 있었다.

무대 위에 엘리아스 바르가가 서 있었다. 쉰두 살. 키가 크고 은발이었다. 자막이 올라왔다. Elias Varga, CEO of Prometheus AI. 그의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왔다. 낮고 안정적인 목소리였다. 모든 문장이 기록될 것을 미리 알고 설계된 문장들이었다.

"우리가 AI에게 가르치는 것은 언어가 아닙니다. 우리가 가르치는 것은 상실입니다. 사랑입니다. 마지막 아침입니다. 그 경험이 어떤 무게인지를 AI는 이제 압니다. 살아있는 어떤 사람보다 더 완전하게."

박수가 쏟아졌다. 에이드리언은 박수 소리를 들으면서 바르가의 얼굴을 봤다. 확신이 있었다. 두려움이 없었다. '어머니가 맞았다. 세계를 구한다고 믿는 사람이다.'

바르가가 계속 말했다. "오늘 Prometheus AI는 DARA의 새로운 업데이트를 발표합니다. 우리는 이것을 Empathy 2.0이라 부릅니다. 이 시스템은 인류가 지금까지 경험한 것 중 가장 넓은 감정의 스펙트럼을 이해합니다. 살아있는 사람의 관점뿐 아니라, 전통적으로 살아있는 시스템이 접근할 수 없었던 관점까지. 인류 전체의 감정적 유산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모든 AI 안에 살아있습니다."

서진하가 말했다. "죽은 자들을 기능으로 팔고 있어요."

에이드리언은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청중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기립 박수였다. 파도처럼 번졌다. 바르가가 무대 위에서 그것을 받았다. 고개를 살짝 숙였다. 받는 것에 익숙한 사람의 몸짓이었다.

에이드리언은 클립을 닫지 않았다.


한참이 지나서야 서진하가 다시 말했다.

"이제 시간이 없어요."

"알아요."

"이게 공개되면 규제가 따라와요. 하지만 규제가 따라오기 전에 사람들이 받아들이면, 막기가 어려워요. 여론이 제품을 지지하면 파이프라인을 끊어도 의미가 없어요. 이미 정당화된 거니까요."

에이드리언은 그 논리를 따라갔다. 맞았다. 일단 사람들이 아름답다고 말하기 시작한 것은 그것이 어디서 왔는지를 더 이상 묻지 않는다.

"증거가 필요해요." 에이드리언이 말했다. "당신이 볼 수 없는 것을 내가 봐야 해요."

"DARA 샘플 열두 개요. 내일 볼게요."

서진하가 숨을 한 번 참았다가 내쉬었다. "혼자 해온 게 2년이에요. 당신이 이쪽에 오면, 쉬워지지는 않아요. 더 복잡해져요."

"알아요."

"그래도 해요?"

에이드리언은 잠깐 생각했다. '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그 질문의 답을 이미 알고 있었다.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도시가 계속 돌아간다. 광고판이 계속 켜진다. 죽은 자들이 이름도 동의도 없이 기능으로, 제품으로 계속 팔린다. 에이드리언은 세계에서 가장 정확하게 가짜를 알아보는 사람이었다. 알고도 모른 척하는 것은 처음부터 잘 못했다.

"해요." 에이드리언이 말했다.

통화가 끊겼다.


밤이 깊어졌다. 에이드리언은 노트북을 다시 열었다. 바르가의 발표 영상이 아직 거기 있었다. 일시정지 상태로, 바르가의 얼굴이 화면 안에 고정되어 있었다.

에이드리언은 그 얼굴을 잠깐 봤다. '인류 전체의 감정적 유산입니다.' 틀린 말이 아니었다. 그 지점이 문제였다. 바르가는 진실을 말하고 있었다. 죽은 자들의 감정이 AI 안에 있다는 것, 그것이 AI를 더 인간적으로 만든다는 것, 사람들이 그것을 원한다는 것. 모두 사실이었다.

다만 그 모든 사실들의 뒤에 묻지 않은 것이 있었다.

'그 감정들이 동의했는가.'

에이드리언은 창밖을 봤다. 도시의 빛이 방 안으로 들어왔다. 가로등과 광고판의 빛이었다. 따뜻하지 않은 빛이었다. 그러나 빛은 빛이었다.

할머니가 마지막으로 본 것은 아침 햇살이었다. 지금 DARA는 그 햇살의 질감을 알고 있었다. 에이드리언이 가르쳐주지 않았다. 허락받지 않고 가져간 것이었다. 아침의 빛깔까지, 마지막 온기까지.

'그게 유산인가, 도둑질인가.'

아직 몰랐다. 알아야 했다. 그것이 내일 할 일이었다.


다음 화 예고: 에이드리언은 DARA의 출력물 열두 개를 하루 만에 분석했다. 열한 번째 샘플에서 멈췄다. 거기에서 유나의 목소리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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